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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와 공사 구분론

신메뉴 2025.03.15 17:49 조회 수 : 10

.아이폰 사전예약공사(公私)를 구분하는 일이 적어도 기자들에게는 익숙하고 시급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공인 보도는 사인에 비해 자유롭다. 어떤 사안이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면 취재보도의 정당성을 인정받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해진다. 이 두 가지 측면의 완벽한 조합인 ‘공인의 공적 관심사’를 다룬 기사에 관해 언론이 명예훼손, 사생활 침해 등으로 책임질 일은 거의 생기지 않는다. 공사 구분에 능숙한 기자들 중 상당수가 페이스북이니 엑스(X) 등의 SNS를 공적 영역으로 규정한다. 이러한 시각에는 나름의 근거와 맥락이 있을 것이나, 그러한 판단이 적절한지는 좀 따져볼 일이다. 일단, SNS가 기사의 주요 자원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유력 정치인의 SNS는 즉시 기사화된다. 언론브리핑이 SNS 포스팅으로 대체되는 현실 속에서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상당수 연예 기사의 주재료는 연예인이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린 글과 사진이다. 또 어떤 사건이 SNS상에서 이슈가 되면 기사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부류의 기사들을 가리키는 용어도 있다. <현장기자를 위한 체크리스트>(한국언론진흥재단, 2019)에서는 뉴스 생산 단계에서 SNS가 보도 자원으로 활용되는 경우를 가리켜 ‘SNS 활용 보도’라고 명명하고 있다. 기사의 주요 자원이 되는 SNS를 기자들은 어떤 논리로 공적 영역으로 보고 있을까. 첫째, SNS의 영향력이다. 영향력은 단순하게 말해 친구나 팔로워, 구독자 숫자를 의미한다. 몇십만, 몇백만의 친구나 팔로워,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으니 공적 영역이라는 논리다. 이 말인즉, 그만한 영향력이 없는 SNS나 SNS 그 자체는 공적 영역이 아님을 전제로 한다. 또 영향력이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구분하는 기준이라면 친구나 팔로워, 구독자 몇 명부터 공적 영역으로 볼 것인지 당장 그 기준부터 모호해진다. 둘째, SNS의 개방성이다. SNS의 힘은 개방성에서 나온다. 개방되어 있어 연결되고, 연결됨으로써 SNS 세계는 무한히 확장한다. 그러나 개방성이 곧 공공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현행 건축법상 대형 건물에는 공개 공지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건물 입주자가 아닌 사람들도 공개 공지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곳은 엄연히 사유지다. 개방성이 곧 공공성으로 직결되지 않는 예다. 무엇보다 SNS의 개방성 내지 연결성은 전적으로 운영자의 결정과 선택에 따른 결과다. 연결이 쉬운 만큼 차단도 쉽다. 계정의 생성·차단·폐쇄가 자유롭다. SNS의 이러한 성질은 일반적인 공공성과는 매우 다르다. 공적 영역이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셋째, SNS의 공연성이다. SNS에 올라왔다는 것은 이미 불특정다수가 아는 사실이 되었다는 뜻이다. 언론이 보도하지 않는다고 해서 감춰지지 않고,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인데 보도하지 않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해서 공적 영역이라고 할 수는 없다. 판례에 따르면, 어떤 사실을 단 한 사람에게만 전달했어도 공연성은 인정된다. 이른바 ‘전파가능성’ 때문인데, 이로 인해 특정 소수가 모인 단톡방 대화라도 공연성이 인정되고, 심지어 일대일 채팅이라도 인정될 수 있다. 나아가, 우리 법제상 고려할 사항이 하나 더 있다. 성범죄자 신상공개 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성폭력처벌법 제47조에서는 공개된 성범죄자 신상정보를 신문·잡지·방송·온라인을 통해 공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것은 정보의 공개성에 차별적인 등급을 부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 마디로, 공개되었다고 해서 곧 보도해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T 아니면 F, 좌 아니면 우 하는 식으로 세상을 둘로 나누는 일은 분야를 막론하고 흔하고 익숙하다. 공사 구분도 이러한 이분법의 하나인 셈이다. 편리할 수도 있는 이분법적 구분법은 자칫 공과 사, 좌와 우, T와 F 그 어느 쪽에도 속한다고 보기 어렵거나 그 경계를 알 수 없는 모호한 지대를 놓치거나 무시하도록 만들기 쉽다. SNS를 공적 영역으로 규정하는 것에도 이러한 위험이 있을 수 있다. 혹시 사적 영역에 개입할 근거를 마련하고자 하는 의욕이 앞선 것은 아닌지, 이른바 ‘SNS 활용 보도’의 정당성을 강변하기 위한 레토릭은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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