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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휴대폰성지조성래 시인의 첫 시집 「천국어 사전(2024ㆍ타이피스트)」은 진실한 언어로 채워져 있다. 여기서 진실하다는 것은 그의 언어가 동시대의 다른 시인보다 유달리 특별하거나 세련돼서 진실하다는 말이 아니다. 표현하는 언어도 세계관을 운영하는 방식도 시인마다 각양각색이니 하나의 표정만을 최고로 꼽기는 어렵다.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목소리가 어디 있으며, 애달픈 사연이야 한 움큼씩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그런데도 그의 언어가 '진실한' 언어로 채워졌다고 적은 것은 평이하지만 평이하지 않은 시적 언어로 자신의 삶을 고백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인이 직접 쓴 산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주관적인 경험 내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한 문장('아름다운 글을 쓰고 싶었으나, 아름다운 사람이 아니었음을')"을 찾아 돌아다녔기에 그의 진정성이 호소력 있게 전달되는 듯하다. 그런데 이 솔직함을 시집에서 운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솔직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에 정직해야 할 뿐만 아니라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 부끄러움이 있을 수 있지만, 그것과 대면해야 한다. 솔직하게 풀어낼 사연이 없거나, 견딘 삶이 보잘것없다면 아무리 절절한 고백이라고 한들 개인의 일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의 삶이 의미 없다는 것이 아니라, 투명한 고백의 언어는 지독한 삶이 아니고서는 타인을 설득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지점에 연민이 무의식적으로 침입하게 되는데, 연민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삶을 있는 그대로 쓴다는 것은 이렇게 어렵다. 그렇다면 조성래의 첫 시집에서는 어떤 내용이 포진돼 있을까. 아무래도 그가 가장 힘들어했던 것은 자신의 가족과 얽힌 끊을 수 없는 인연의 애달픔이나 죄책감 또는 원망 같은 감정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감정의 기원은 어디에서 시작됐을까. 아버지는 나주의 여자를 찾아 "우리를('행렬')" 버리고 떠났다. 시인은 작은 방에 홀로 남겨진 채 여동생과 아픈 어머니를 곁에서 돌봐야 했다. 시인의 어머니는 회복될 수 없는 병으로 인해 몸이 점점 시들해졌고, 시한부 선고를 받기까지 가족들은 그녀를 정성껏 돌봐야 할 의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픈 존재를 돌봐 본 사람은 이 과정이 고단하다는 것을 안다. 작은 바람에도 쉽게 꺼지는 위태로운 존재를 돌보는 일은 혈육이든 타인이든 쉽지 않다. 시인이 "나는 살기 위하여 동생과 나를 줄다리기하는/그 나무를 포기하고 싶었다('낙원')"라고 솔직하게 고백한 것은 이런 어려움을 비유적으로 담아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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