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서울시가 신혼부부의 주거 안정을 위해 지난해 7월부터 장기전세주택 ‘미리내집’ 약 1400가구를 공급했지만 이 중 절반 이상이 정부의 정책대출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세 대비 저렴한 가격에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마저 물량 다수가 ‘수도권 4억원’이라는 전세대출 임차보증금 기준을 넘어선 것이다. 이에 평균 전셋값 상승 등 시장 상황을 반영한 ‘정책대출 기준의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헤럴드경제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네 차례 이뤄진 미리내집(아파트형) 입주자모집공고를 분석한 결과 전체 공급물량 1389가구(재공급 포함) 중 52%에 달하는 724가구가 전세보증금이 4억원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 8월 공급된 미리내집 2차의 경우 327가구 중 218가구가 4억원을 초과해 정책대출 혜택을 못 받았다.
주택도시기금을 통한 신혼부부용 전세자금대출 또는 버팀목전세자금대출(신혼부부 기준)을 받으려면 주택 임차보증금이 수도권은 4억원, 비수도권은 3억원 이하여야 한다. ‘무주택 서민의 주거안정’이라는 취지로 제공되는 정책대출 상품이지만 지난달 기준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약 6억원 안팎인 서울 거주 수요자들은 보증금 기준을 맞추기 어려운 실정이다.
남사 힐스테이트
1~4차 미리내집 공급가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구로구 개봉동, 성북구 길음동, 관악구 봉천동, 은평구 역촌동 등 소재 일부 아파트를 제외한 다수의 단지 전세보증금이 4억원을 넘었다. 2차 물량으로 공급된 광진구 자양동 ‘롯데캐슬 이스트폴’ 216가구는 전용면적 59·79·82㎡ 보증금이 각각 4억5375만원·5억7750만원·6억원 등으로 전 가구가 정책대출 대상이 아니었다. 올해 공급된 4차 물량 중에서도 동대문구 이문동 ‘이문 아이파크 자이’ 전용 59㎡는 4억6410만원, 중랑구 중화동 ‘리버센 SK뷰 롯데캐슬’ 전용 59㎡는 4억5318만원이었다. 선호지역일수록 보증금은 면적에 따라 8억~9억대까지 올라간다.
미리내집 공급가격이 시세 대비 80~90% 수준의 가격에 공급됨에도 절반 이상이 정책대출이 불가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혼부부용 전세자금대출, 버팀목전세자금대출 등의 임차보증금 기준이 그간 상승한 수도권 아파트 전세 시세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신혼부부용 전세자금대출은 2018년 출시 당시 임차보증금 기준이 수도권 3억원 이하, 비수도권 2억원 이하였다. 7년간 임차보증금이 각각 1억원씩 오른 셈이다. 그러나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2018년 4월 4억4850만원에서 지난달 6억4144만원으로 약 43% 올라 보증금 기준 대비 상승폭이 더 컸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주택가격과 전셋값 전반적으로 예전에 비해 상승했기 때문에 정책자금 대출도 과거의 기준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되고 주택가격 상승에 연동해서 상향해야 합리적”이라며 “가격은 오르는데 기준은 그대로라는 건 시간이 갈수록 지원 폭이 감소한다는 건데 저소득층 주거 안정이라는 정책대출의 목적과 따로 노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민들의 주거 안정에 실질적 도움이 되려면 정책대출 기준의 현실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 또한 정책대출 수도권 보증금 기준 상향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기금 관리주체인 국토교통부에 수도권 기준 4억원을 최소 6억원 후반대로 높여달라고 건의했지만, 국토부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한정된 예산과 수요를 고려해 정해진 기준이므로 수도권 기준 만을 상향할 수 없다는 것이다.용인 남사 힐스테이트 국토부 관계자는 “전세대출이 모두 정책대출일 필요는 없다”며 “일반적으로 수요자들이 시중은행 등 다른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고, 정책적으로 더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기금대출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