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부동산 정책 방향을 제시함에 따라 공급 확대책 마련 움직임이 빨라질 전망이다.
집권 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장이 과열되자 첫 부동산 대책으로 강력한 대출 규제방안을 내놨으나 구체적인 공급 확대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시장의 불안 심리 안정이 어렵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아울러 대출 규제 시행 이후 과열 지역의 집값 상승세가 일단 한풀 누그러진 양상을 보였지만, 향후 시장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추가로 수요 억제책을 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 대통령이 이날 회견에서 주택 공급 확대와 관련해 밝힌 내용은 '기존 신도시 활용'과 '공급 속도전' 정도로 요약된다.
그는 "공급도 다양한 방법이 있다. 얼마든지 (실행) 가능하다"며 "기존에 계획된 신도시가 많이 남아 있다. 상당한 규모인데 (아직은) 공급이 실제로 안 되고 있다. 기존에 계획돼 있는 것을 그대로 하되, 대신 속도를 빨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경선 후보 시절에는 '교통이 편리한 4기 스마트 신도시'를 개발해 무주택자들에게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지만 이후에는 4기 신도시를 더는 언급하지 않았다.
추가 신도시 개발은 택지 발표 이후 입주까지 10년 가까운 긴 시간이 걸려 신속한 공급 확대책으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용인 고기리 실버타운 게다가 이미 수도권에는 1기 신도시 재건축 등 여전히 진행 중인 사업들도 있어 추가 신도시 건설은 수도권 집중을 심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수도권 주택 문제와 관련해 "수도권 집중 때문에 주택 문제가 생기는데, 수도권에 새로 신도시를 만들면 또 수도권 집중을 불러오지 않느냐는 말이 맞지 않나(타당하지 않나)"라면서 추가 신도시 건설을 "목이 마르다고 해서 소금물을 계속 마시는 것"에 비유하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런 언급을 보면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1기 신도시 재건축이나 3기 신도시 개발 등 기존에 계획된 사업에 속도를 붙이고 용적률 상향 등으로 밀도를 높이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1기 신도시의 경우 연령 30년을 초과한 아파트가 전체의 86.5%에 달하는 등 주택과 인프라 노후가 심한 상황이다.
여기에 이전 정부가 발표한 서울 서리풀지구 등 신규 택지의 고밀도 개발과 더불어 공공기관·기업 등이 확보한 유휴부지 활용, 업무상가 용지의 주택용지 전환, 폐교나 국공립대 부지를 활용한 주거공간 조성 등 기존 택지와 부지를 재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될 것으로 관측된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3기 신도시 용적률을 올리거나 조기분양하는 방식 등으로 공급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에 비(非)아파트 공급 확대와 관련한 언급이 빠졌는데 비아파트가 실질적으로 늘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정부가 발표한 대출규제 이후 수요 억제책이 추가로 등장할지도 관심거리다.
이 대통령은 이날 "투기적 수요가 부동산 시장을 매우 교란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수요 억제책은 아직 엄청나게 많이 남아 있다"며 "이번 대출 규제는 맛보기 정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번 대출규제 시행 이후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는 일단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6월 다섯째주(6월 30일 기준)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 아파트값이 22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으나 상승폭은 전주(0.43%)보다 줄어든 0.40%였다. 서울 강남 3구와 강동구를 비롯해 강북의 용산구, 성동구, 마포구 등 이른바 '한강 벨트'의 가격 상승폭이 모두 축소됐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그런데도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 기조 등으로 부동산 시장에 유동성이 공급돼 집값 과열 양상이 지속될 경우 언제든 정부가 추가 규제책을 펼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정부는 대출규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한편, 이날 관계부처 및 금융권과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어 사업자 대출금을 주택 거래에 활용하거나 부모로부터 주택 취급 자금을 편법 증여받는 등 행위를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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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규제책으로는 현재 강남 3구와 용산구에만 적용된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을 집값 상승폭이 큰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거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추가 지정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정대상지역 규제에는 다주택자 대상 양도소득세 중과도 포함돼 있으나 윤석열 정부에서 내년 5월까지 적용을 유예한 상태다. 이재명 정부가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다주택자의 갭투자 등 투기성 수요는 규제 타깃으로 보는 만큼 상황에 따라 이를 활용할지도 주목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이번주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아직 분당 등은 여전히 상승폭이 크다"며 "조정대상지역을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도입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이 다시 등장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문 정부는 로드맵을 통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단계적으로 높이려 했으나 윤석열 정부에서 로드맵 도입 이전인 2020년 수준으로 되돌렸는데, 직접적인 과세 대신 이를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이날 대통령의 부동산 관련 발언 전반에 대해 "다양한 공급과 수요 조절 정책을 통해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현"이라며 "시장 흐름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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