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강도높은 대출규제책에 이어 한국은행이 금리인하 속도에 제동을 걸면서 집값의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장 거래량은 급격하게 감소했다. 다만 가격도 하락할 지를 두고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14일 한은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0일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금리동결’을 결정했다. 당일 기준금리의 결정 배경에는 관세와 더불어 주택가격이 지목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이 일어나지 않도록 기대 심리를 안정시키고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것이 정책 우선순위에 있다”고 했다.덕소역 민간임대 아파트 경기침체 우려에도 지나치게 뛴 집값을 잡는 것이 통화정책의 우선순위로 작용한 것이다. 정부가 6.27대책을 통해 강도높은 대출규제안을 내놓으면서 당장 주택거래는 급감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초구에선 6.27 대출 규제 발표 직후인 28일부터 이달 8일 사이 아파트 매매 거래는 2건에 불과했다. 강남구(17건), 송파구(10건) 거래량 크게 줄었다. 규제 직전인 지난달 1~27일 사이 서초구 아파트 거래량이 100건, 강남구 277건, 송파구 248건였던 것과 비교하면 ‘거래 절벽’인 셈이다. 덕소역 민간임대 뜀뛰기를 거듭하던 아파트 가격 상승폭도 축소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지난 7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29% 오르며 전주(0.40%)보다 상승폭이 줄었다. 서울 25개구 중 21개 자치구의 오름폭이 축소됐다. 특히 강남3구와 강동구가 속한 동남권 집값 상승률이 전주(0.7%)보다 크게 줄어든 0.37%로 집계됐다. 부동산원은 “신축, 재건축 추진 단지 등 일부 선호 단지에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부동산 시장 참여자의 관망 추이가 심화되고, 전반적인 매수문의가 감소하는 등 서울 전체의 상승폭이 축소됐다”고 했다. 다만 상승폭이 축소됐을 뿐 하락으로 전환될 지에 대한 확신은 없는 상황이다. 대출규제 이후 비(非)강남권에서 신고가가 나왔다. 강서구 마곡동 마곡엠밸리6단지 전용 84㎡는 지난달 29일 16억원에 거래돼 해당 면적 기준 최고가를 경신했다. 지난달 초 같은 면적이 14억9500만원에 거래됐는데, 한 달도 안 돼 1억원 이상 오른 것이다. 강서구를 비롯한 서울 서남권 일대에서는 ‘풍선효과’가 관측됐다. 강서구(0.13%→0.25%)와 관악구(0.1%→0.19%), 구로구(0.11%→0.18%), 금천구(0.08%→0.09%) 등은 전주대비 상승폭이 되레 커졌다. 전문가들은 당분간은 거래 소강상태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택담보대출 금액이 6억원으로 제한돼, 대출을 받아 내 집을 마련하려던 수요가 억제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강남3구, 용산구 등 주요지역을 비롯해 서울의 아파트값이 추세적으로 하락 전환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내년 공급감소가 본격화 될 예정으로, 대기 수요가 여전히 많다는 점이 큰 이유였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3만7681가구지만, 내년에는 9600여 가구로 급감할 전망이다. 내후년인 2027년에는 8200여 가구로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강남권이 대출규제에 덜 민감하다고 하더라도 정비사업은 이주비 대출 규제에 영향을 받게 된다”면서 “당분간은 가격 상승률도 둔화하고 거래 감소도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어 “내년 강남3구, 용산구 아파트 입주량이 3000가구 안팎으로, 공급감소 우려와 강남권 분양선호 등을 고려할 때 하락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이번 대출규제가 워낙 강력해 고가지역 중심으로 거래 급감과 단기적인 하락까지도 가능해 보인다”고 했다. 이어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하락일 것”이라면서 “내성이 쌓이고 난 뒤에는 현금부자들이 시장에 다시 뛰어들어 기존 추세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덕소역 임대아파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