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지난해 서울 아파트 월세 상승률이 2016년 통계 작성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주택 공급이 부족한 데다 대출 규제 강화로 갭투자가 막히면서 전세 물건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종료되고 보유세까지 오를 경우 전세난과 월세 고공 행진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2일 서울경제신문이 KB부동산 월간 시계열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서울 아파트 월세 상승률은 8.51%로 나타났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5년 12월 이후 가장 가파르게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의 월세통합가격지수에서도 지난해 서울 아파트 월세 상승률은 3.94%로 2016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양지 푸르지오
월세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100만 원을 넘겼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다세대·연립·아파트를 모두 포함한 주택의 월세 중위가격은 100만 7000원으로 집계됐다. 아파트로 범위를 좁히면 중위 월세 가격은 124만 원으로 더 오른다. 이는 서울에서 자가 주택이 없으면 매달 100만 원 이상을 주거비로 고정 지출해야 한다는 의미다. 중위값은 조사대상을 일렬로 세웠을 때 가운뎃 값이다. 강남 3구나 용산구 등의 초고가 표본이 담겨 왜곡이 있는 평균값보다 보통 낮게 나온다.
월세 상승 배경에는 전세 소멸과 이에 따른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자리한다. 정부가 전세담보대출을 조이며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월세 계약이 늘어났다. 정부는 지난해 10·15 대책에서 1주택자의 전세대출 이자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에 포함하는 조치를 단행했는데, 이는 개인이 투자용 주택의 담보대출과 거주용 주택의 전세대출 이자를 동시에 감당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매입 시 실거주 의무로 전세를 낀 ‘갭 투자’를 막아 공급도 막혔다.
이에 서울의 전월세 매물은 1년 사이 10% 가까이 감소했다. 특히 전세 매물의 감소가 극적이다.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의 전세 매물은 2만 1474건으로, 1년 전 2만 7870건 보다 23% 줄었다. 월세 매물이 1만 7766건에서 1만 9824건으로 11.5% 늘었지만 줄어든 전세 물건량을 채우기는 역부족이다.
전세 공급이 막히자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이율인 전월세 전환율이 월세 세입자에게 불리해지고 있다. KB부동산 데이터허브에 따르면 12월 서울의 전월세 전환율은 4.26%로 1월 4.14%보다 0.12%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3.25%에서 2.50%로 0.75%포인트 낮아진 점과 상반된 흐름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전세 매물이 씨가 마르니 월세 공급자의 가격 결정 권한이 강해지고, 이는 전월세 전환율의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서울 아파트 월세 가격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지난해보다 반토막나기 때문이다. 직방에 따르면 올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지난해(3만 1856가구)보다 48% 급감한 1만 6412가구에 그친다. 수도권 입주 물량 역시 올해 11만 2184가구에서 내년 8만 1534가구로 28% 줄어든다.
전월세 가격이 지난 한 해 치솟은 매매가격을 좇아간다는 점도 문제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2026년 주택시장 전망과 정책 방향’ 보고서에서 서울 전셋값 상승률을 4.7%로 내다봤다. 입주 물량 감소와 함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와 토지거래허가제에 따른 실거주 강제 등이 겹치며 ‘전세 물건 잠김’이 심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셋값이 오르고 전월세전환율마저 올라간다면 월세 상승은 걷잡을 수 없이 가팔라진다.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강조하며 세제 개편 가능성을 시사하는 점도 전월세 시장의 불안을 키운다. 이 대통령은 최근 소셜미디어에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언급하며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전까지 주택을 매각할 것을 주문했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와 관련해 “5월 9일에 종료되는 것만큼은 분명하다”고 못박았다. 강 대변인은 이와 함께 “보유세라는 부분은 최종적으로 모든 것이 다 불가능하다고 여겨졌을 때 생각하는 그런 전제”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서는 보유세 강화 등 세제 개편에 나서기 전에 시그널을 주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가 보유세를 인상할 경우 월세에 전가돼 임대차 시장의 불안정성이 심화하고 서민 주거 안정도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 연구진이 최근 펴낸 ‘이재명 정부 초기 부동산시장 현황 및 정책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종합부동산세가 처음 도입된 노무현 정부 때는 약 20%, 종부세가 확대·강화된 문재인 정부 시기에는 30% 넘는 월세의 동반 상승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이 교수는 “월세가 오르는 와중에 보유세까지 강화되면 상승폭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지푸르지오
용인 양지 푸르지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