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수사 과정에서 당사자가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는 진술을 남기면, 그것이 사건의 결론을 사실상 정해 버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백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유죄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형사변호사는 자백이 담긴 사건일수록 그 진술이 어떤 상태에서 나왔는지, 그리고 그것이 진실을 담보할 만한 것인지를 두 갈래로 나누어 살핀다. 자백의 존재와 자백의 자격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그 진술이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사에서 나온 것인지의 문제다. 우리 형사 절차는 강압이나 회유, 지나치게 오래 이어진 조사, 기망 같은 방법으로 얻어 낸 진술은 증거로 쓸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당사자가 두려움에 못 이겨, 혹은 빨리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사실과 다른 인정을 했다면, 그 진술은 임의성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 자백이 나온 시점의 조사 환경과 정황을 되짚어, 그 진술이 온전한 상태에서 이루어졌는지를 다투는 것이 방어의 한 축이 된다.
두 번째는 자백이 사실과 들어맞는지, 다른 증거로 뒷받침되는지의 문제다. 사람은 여러 이유로 사실과 다른 인정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자백만으로 유죄를 인정하지 않고, 그 내용을 보강할 다른 증거가 있는지를 함께 따진다. 만약 자백의 내용이 객관적인 정황과 어긋나거나, 이를 뒷받침할 자료가 없다면, 그 진술이 사건의 실체를 제대로 담고 있는지 의심할 여지가 생긴다. 진술 자체가 앞뒤로 흔들린다면 그 신빙성은 더욱 떨어진다.
실무에서는 이 두 갈래를 함께 검토한다. 진술이 나온 경위를 살펴 임의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한편, 그 내용이 다른 증거와 어긋나는 지점을 찾아 신빙성을 흔드는 것이다. 조사 당시의 기록, 당사자의 상태, 진술이 바뀌어 온 과정을 꼼꼼히 대조하면, 겉으로는 확고해 보이던 자백에도 균열이 드러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모든 자백을 무작정 부인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가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하는 사건도 있다. 그래서 무엇을 다투고 무엇을 인정할지를 사건의 전체 그림 안에서 판단하는 일이 중요하다.
자백이 나온 과정을 확인하는 데에는 조사 당시의 기록이 큰 역할을 한다. 조사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남긴 자료가 있으면, 당사자가 어떤 분위기에서 어떤 질문을 받고 그렇게 답했는지를 되짚어 볼 수 있다. 조사가 지나치게 길게 이어졌거나 당사자가 불안정한 상태였다면, 그 상황에서 나온 인정이 온전한 의사에 따른 것인지 의문을 제기할 근거가 된다. 그래서 진술의 내용뿐 아니라 그 배경을 보여 주는 자료를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
진술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눈여겨봐야 한다. 처음에는 인정했다가 나중에 부인하거나, 세부 내용이 조사할 때마다 바뀐다면, 그 진술이 얼마나 믿을 만한지 다시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다만 진술이 번복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결론이 나는 것은 아니고, 왜 달라졌는지, 어느 쪽이 정황과 맞아떨어지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변화의 이유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것이 관건이다.
결국 핵심은 자백을 겉으로 드러난 결과가 아니라 검증해야 할 대상으로 다루는 태도다. 인정하는 말이 있다는 사실에 눌려 다른 가능성을 닫아 버리면, 정작 사건의 실체와 어긋난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진술이 나온 경위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차분히 대조하는 작업이 그래서 필요하다.
특히 인정하는 진술만으로 결론을 내지 않는다는 원칙은 억울한 결과를 막는 안전장치가 된다. 사람은 여러 압박 속에서 사실과 다른 인정을 할 수 있기에, 그 말을 뒷받침할 다른 근거가 없다면 쉽게 유죄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자백의 내용이 객관적인 정황과 얼마나 맞아떨어지는지, 이를 받쳐 줄 자료가 실제로 있는지를 꼼꼼히 따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형사변호사는 이런 대조 작업을 통해 자백의 무게를 냉정하게 가늠한다.
자백은 사건의 끝이 아니라 검증의 출발점이다. 이러한 변호인은 진술이 어떤 상태에서 나왔고 그것이 실체를 담고 있는지를 나누어 살펴, 부당하게 얻어졌거나 사실과 어긋나는 자백이 유죄의 유일한 근거로 굳어지지 않도록 다툼의 방향을 잡는다. 인정하는 말 한마디에 사건 전체를 맡기지 않는 신중함이 억울함을 막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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