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현재 건설경기 침체의 가장 큰 축 중 하나는 과거 분양 봇물을 이뤘던 지식산업센터와 상가 공실 문제다. 경매로 넘어간 지식산업센터가 한 달 새 300곳이 넘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문제가 심각하지만 산업경기 침체로 해결 방법이 요원하기 때문이다. 영국·일본 등에서는 이런 문제를 도심 주택 전환을 통해 해결한 사례가 있다. 이를 참고해 정부가 주거시설 관련 규제를 풀어 미분양을 해소하는 동시에 도심의 주택 공급 부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4일 데이터 전문 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5월 경매로 나온 전국 지식산업센터 매물은 313건으로 집계됐다.덕소역 임대아파트 이는 지지옥션이 월별 기준으로 통계를 작성한 2001년 1월 이후 최다치다. ‘아파트형 공장’으로 알려진 지식산업센터는 일반 공장과 달리 수도권 지역 공장 신·증설을 차단하는 수도권 공장 총량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또 분양 또는 매입 가격의 약 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어 부동산 가격 상승기였던 2020~2022년에 집중 분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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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이 경매로 나와도 해소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부동산플래닛이 발표한 ’2025년 1분기 전국 지식산업센터 매매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지식산업센터 1분기 거래량은 552건으로 직전 분기(971건)와 비교해 43.2% 감소했다.
이러다 보니 금융권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달마저 막히면서 지식산업센터가 중견 건설사들의 부도 무덤이 되고 있다. 지난 2일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신한건설도 경기 화성 지식산업센터 등 미분양 여파로 직격탄을 맞았다. 마찬가지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대저건설, 안강건설 등도 같은 이유였다.
건설업계는 지식산업센터를 비롯해 상가 등 공실 문제가 심각한데 비어 있는 업무·상업시설을 주거·숙박시설로 용도 전환하는 방안을 정부가 검토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임대주택을 포함한 주택 공급 확대 방향에도 부합한다는 것이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건설사나 시행사 등 공급자 입장에선 막힌 유동성이 뚫리는 효과, 소비자 입장에선 직주근접이 뛰어난 도심에 살 수 있는 주택 효과가 각각 생겨 일거양득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주택법 요건에 맞지 않는 문제 등은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해 풀어야 한다고 봤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에선 이처럼 용도가 전환된 ‘컨버전 주택’이 곳곳에 생기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산티아나(Santa Ana) 오피스 빌딩은 2021년 예술가를 위한 저렴한 주택·편의시설로 용도가 바뀌었다. 한국부동산개발협회에 따르면 일본 도쿄도 미나토구와 분쿄구에 각각 있던 오피스 빌딩들도 임대·분양 맨션으로 탈바꿈했다. 영국은 2013년부터 업무시설의 주거 전환을 허용하고 있다. 영국 런던시는 2021년 금융지구 내 빈 사무실을 약 1500가구 규모의 주택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도 비어 있는 업무·상업시설을 주거시설로 전환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국토부는 올해 3월 ‘건축물의 탄력적 용도 전환 지원 방안 마련’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현재는 상가 공실이 얼마나 많고 빨리 증가하는지 현황을 파악하는 중이다. 이를 토대로 건축물의 용도를 탄력적으로 바꿀 수 있게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향후 주차장 면적, 복도 폭, 소방시설 등 일정 요건을 지키면 전환을 허용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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