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부모가 이혼하면 자녀는 한쪽 부모와 살게 되고, 함께 살지 않는 부모는 면접교섭으로 자녀를 만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조부모입니다. 손자녀를 애지중지 키웠는데 자녀의 이혼 이후, 혹은 자녀가 세상을 떠난 뒤 양육하는 상대 부모가 만남을 막아 손자녀 얼굴을 볼 수 없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사정을 상담하러 오시는 조부모들께 이혼전문변호사로서 먼저 알려드리는 것이 조부모에게도 면접교섭을 청구할 길이 열려 있다는 사실입니다.
과거에는 면접교섭이 부모만의 권리였습니다. 함께 살지 않는 부모가 자녀를 만나는 것이 면접교섭이었고, 조부모는 그 부모를 통해서만 손자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부모가 사망했거나 질병, 외국 거주 등으로 면접교섭을 할 수 없는 사정이 생기면 손자녀와 조부모의 관계까지 끊기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민법이 개정되어, 일정한 경우 조부모도 손자녀와의 면접교섭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조부모의 면접교섭은 부모의 면접교섭과 성격이 다릅니다. 부모의 면접교섭이 원칙적으로 인정되는 권리라면, 조부모의 면접교섭은 자녀를 직접 양육하지 못하게 된 부모 쪽에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보충적으로 인정되는 성격을 가집니다. 부모 일방이 사망했거나 그에 준하는 사정으로 면접교섭이 어려운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부모가 멀쩡히 면접교섭을 하고 있는데 조부모가 별도로 청구하는 것은 원칙적인 모습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법원이 조부모의 면접교섭을 판단할 때 기준으로 삼는 것은 오직 하나, 자녀의 복리입니다. 조부모의 그리움이나 서운함이 아니라, 그 만남이 손자녀에게 정서적으로 도움이 되는지가 중심입니다. 손자녀가 조부모와 오랜 시간 애착을 형성해 왔는지, 만남이 아이의 안정에 기여하는지, 반대로 부모 사이의 갈등에 아이를 끌어들이는 통로가 되지는 않는지를 두루 살핍니다. 그래서 조부모가 손자녀를 실제로 돌봐 온 시간과 관계의 깊이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청구를 준비할 때는 그 관계를 뒷받침할 자료를 모으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손자녀를 함께 돌본 사진과 기록, 양육에 관여한 정황, 정기적으로 교류해 온 흔적이 관계의 실질을 보여줍니다. 반대로 양육 부모가 만남을 반대하는 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도 함께 검토됩니다. 조부모가 과거 자녀의 혼인 생활에 지나치게 개입해 갈등의 원인이 되었다거나, 만남이 아이에게 혼란을 준 사정이 있다면 그 부분은 청구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절차는 가정법원에 면접교섭 심판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법원은 필요하면 가사조사를 통해 아이와 양쪽의 사정을 살피고, 아이가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나이라면 그 의견도 참고합니다. 면접교섭이 인정되면 만나는 횟수와 시간, 장소, 인도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정해집니다. 갈등이 큰 사안에서는 처음부터 넓은 만남을 정하기보다 짧고 안정적인 만남에서 시작해 점차 넓혀 가는 방식이 아이에게 부담이 적습니다.
정해진 면접교섭이 지켜지지 않을 때의 대응도 부모의 경우와 비슷합니다. 정당한 이유 없이 만남을 막으면 이행명령을 통해 이행을 촉구할 수 있고, 불응이 계속되면 과태료 등의 수단으로 나아갑니다. 다만 조부모와 손자녀의 문제에서 강제 수단을 앞세우면 아이가 어른들의 다툼 한가운데 놓이게 되므로, 가능한 한 양육 부모와의 관계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만남을 이어 갈 방법을 찾는 것이 지혜롭습니다.
현실에서 이 문제는 법리보다 감정이 앞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자녀를 먼저 떠나보낸 조부모가 손자녀마저 만나지 못하게 되는 사안은 당사자에게 견디기 힘든 상실입니다. 그렇더라도 청구의 성패는 결국 그 만남이 아이에게 좋은가에 달려 있으므로, 조부모의 입장을 앞세우기보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만남의 의미를 설명하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혼전문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관계의 실질을 정리하고 아이의 복리 관점에서 청구를 구성하면, 감정만으로 부딪힐 때보다 훨씬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가족의 형태가 바뀌어도 아이가 사랑받은 기억까지 지워질 이유는 없습니다. 조부모의 면접교섭 제도는 그 기억과 관계를 법이 지켜 주려는 장치입니다. 손자녀와의 만남이 막혔다면, 그 문이 완전히 닫힌 것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고 차분히 길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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