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이혼변호사를 찾아오는 분들 가운데는 자신이 혼인 파탄에 더 큰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더 이상 결혼 생활을 이어 갈 수 없어 이혼을 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이른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원칙적으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혼인을 깨뜨린 사람이 그 파탄을 이유로 이혼을 요구하는 것은 스스로의 잘못을 내세워 이득을 얻으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상대가 이혼에 반대하면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일이 흔합니다.
다만 이 원칙이 모든 상황에서 예외 없이 관철되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 배우자 역시 혼인을 유지할 뜻이 없으면서 오로지 상대를 괴롭히거나 보복하려는 의도로 이혼에 응하지 않는 경우, 법원은 잘못이 있는 쪽의 청구라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혼인 관계가 이미 형해화되어 회복 가능성이 사라졌는데도 형식만 부부로 남겨 두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상대가 반대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가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됩니다.
책임의 크기를 서로 비교하는 작업도 함께 이루어집니다. 한쪽만 일방적으로 잘못한 경우는 오히려 드물고, 부부 양쪽의 잘못이 겹쳐 파탄에 이른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의 책임이 자신의 책임에 못지않게 크다면, 청구인을 일방적인 유책자로 단정하기 어려워지고 그만큼 이혼이 인정될 여지가 넓어집니다. 그래서 자신의 잘못만 부각되는 상황이라면, 파탄에 이르기까지의 전체 경위를 균형 있게 드러내는 일이 필요합니다. 실제 상담에서는 부부 어느 쪽도 완벽하게 결백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잘못을 감추려 애쓰기보다, 상대에게도 그에 못지않은 원인이 있었음을 시기별로 정리해 드러내는 편이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어떤 일이 언제 있었고 그로 인해 관계가 어떻게 틀어졌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 줄수록, 누구의 책임이 더 큰지를 둘러싼 다툼에서 균형을 잡기 쉬워집니다. 감정적인 비난만 되풀이하는 진술은 오히려 설득력을 떨어뜨립니다.
실제로는 누가 유책배우자인지 자체가 다투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겉으로는 한쪽이 집을 나가 관계를 끝낸 것처럼 보여도, 그 배경에 상대의 폭력이나 부정, 지속적인 무시가 있었다면 파탄의 주된 책임은 남은 쪽에 있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사소한 갈등을 빌미로 일방적으로 가정을 저버린 경우라면 책임은 떠난 쪽으로 기웁니다. 그래서 단순히 누가 먼저 이혼을 말했느냐가 아니라, 혼인이 깨지기까지 누가 어떤 원인을 제공했는지를 전체적으로 따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정이 달라지는 점도 고려됩니다. 파탄의 원인이 된 잘못이 있은 뒤 오랜 세월이 지나 상대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상당히 옅어졌고, 부부 사이에 실질적 교류도 사라졌다면 이혼을 막을 명분은 줄어듭니다. 반대로 남겨질 배우자와 자녀가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크게 흔들릴 상황이라면, 법원은 그 보호 필요성을 무겁게 봅니다. 청구인이 상대와 자녀의 생활을 어떻게 배려하려 하는지도 결론에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잘못이 있는 쪽에서 이혼을 구하려면, 단지 관계가 끝났다고 주장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됩니다. 혼인이 회복 불가능하게 파탄되었다는 점, 상대의 반대에 보호할 만한 진정한 혼인 유지 의사가 없다는 점, 그리고 남겨질 가족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을 함께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반대로 청구를 막으려는 쪽은 아직 관계 회복의 여지가 있다는 사정과 자신이 감당할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편이 유리합니다.
이처럼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되는지 안 되는지를 한마디로 답하기 어렵고, 양쪽의 책임과 상대의 태도, 남겨질 가족의 사정이 함께 얽혀 결론이 갈립니다. 경험 있는 이혼변호사와 함께 자신이 어느 위치에 서 있는지, 어떤 사정을 앞세우고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를 먼저 정리하면 감정만으로 대응할 때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방향을 잡을 수 있습니다. 서두르다 반대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것보다 준비된 걸음이 결국 빠릅니다.
무엇보다 서두르지 않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관계를 끝내겠다는 결심이 섰더라도, 그 결심이 법적으로 받아들여지게 하려면 파탄의 경위와 앞으로의 대안을 차근차근 갖추어야 합니다. 전체 그림을 먼저 그린 뒤 움직이는 편이, 준비 없이 나섰다가 청구가 막히는 것보다 자신에게도 가족에게도 나은 길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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