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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에서 10년째 공인중개사로 일하고 있는 이모 씨는 요즘 ‘손님이 반갑지 않다’는 자조 섞인 말을 자주 내뱉는다. 그가 말하는 손님은 계약 의사가 없는 ‘임장객’, 혹은 단체로 부동산을 둘러보는 이른바 ‘임장크루’다. 25일 공인중개사 업계에 따르면, 실거래 목적이 아닌 정보 수집, 투자 스터디, 단순 호기심 등으로 중개사무소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현장에서 쌓이는 피로가 임계점을 넘어섰다. 결국 일부 중개사협회에선 ‘임장비’를 요구하겠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집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시간과 노동이 드는 일이니, 계약 여부와 관계없이 정당한 대가를 받겠다는 논리다. 당장은 법적으로 애매한 부분도 있고, 소비자 반발도 크지만, 중개업계는 이른바 ‘얌체 임장’에 대한 최소한의 방어막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 같은 반응의 배경엔, 공인중개업계가 처한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올해 1~2월 기준 신규 개업 공인중개사는 1796명에 불과하다(1월 871명, 2월 925명). 이는 2000년 2525명을 기록한 이후 2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신규 진입자 자체가 급감한 것이다. 반면 폐업은 ‘만 단위’로 쏟아지고 있다.경기광주역 라온프라이빗 드림시티 2022년에는 1만2207곳, 2023년에는 1만3819곳, 올해(2024년)도 1만2054곳의 중개사무소가 문을 닫았다. 거래 절벽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생존조차 위태로운 중개사들이 많다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임장크루’들의 반복된 방문은 중개사 입장에서 단순한 번거로움이 아니라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실제로 일부 ‘임장크루’는 부동산 투자 커뮤니티나 SNS를 통해 모여 3~5인 단위로 움직이며, 여러 중개사무소에 동시에 매물 문의를 하고, 현장 확인까지 하면서 사실상 실제 거래를 훼방놓고 있다. 서울 동작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정작 계약하겠다는 손님 전화는 못 받고, 몇 시간씩 공부만 하고 가는 팀들만 상대하는 날도 있다”며 “하루 종일 일했는데 수익은 0원”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게 반복되면 업소 운영은 물론 자존감까지 무너진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현행법상 사전 고지 없이 임장비를 받는 건 불가능하다. 공인중개사법상 중개보수는 거래 계약이 체결된 경우에만 청구할 수 있으며, 그 외의 안내, 설명, 방문 동행 등의 행위는 ‘무상’으로 간주된다. 사전 고지 없이 임장비를 청구하게 되면 소비자 민원이나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경기광주역 라온프라이빗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단순한 방문 요청이 반복되는 것은 현장에 상당한 부담”이라며 “현실을 반영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중개 서비스도 일종의 전문노동인데, 그 가치가 너무 가볍게 여겨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지금, 공인중개사들은 말한다. “집을 보여주는 것도 노동이고, 전문성입니다. 임장비가 정당한 대가인지 아닌지 이전에, 이 일이 과연 ‘공짜’로 취급받을 일이 맞는지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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