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보험사가 내민 합의금이 생각보다 훨씬 적어서 놀라는 피해자가 많다. 성의가 없어서도, 담당자가 야박해서도 아니다. 계산에 쓰는 기준 자체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이 구조를 모른 채 제시액을 받아들이면 손해가 굳어지므로, 교통사고전문변호사가 상담에서 가장 먼저 설명하는 것도 합의금이 만들어지는 두 개의 기준이다.
배상액을 계산하는 기준은 크게 둘이다. 하나는 보험사 약관에 정해진 지급 기준이고, 다른 하나는 법원이 손해배상 사건에서 쓰는 계산 방식이다. 같은 사고, 같은 부상이라도 어느 기준으로 계산하느냐에 따라 총액이 달라지고, 그 격차가 협상의 공간이 된다.
약관 기준의 특징은 정형화다. 부상의 급수와 항목별 한도가 표로 정리되어 있어 계산이 빠르고 예측 가능하지만, 개별 피해자의 사정을 반영하는 폭이 좁다. 위자료는 정해진 액수 안에서, 휴업손해는 인정 소득의 일부만, 향후 손해는 보수적으로 잡히는 구조라 총액이 낮게 나오도록 설계되어 있다.
법원의 방식은 반대로 개별 계산이다. 치료비와 휴업손해를 실제 자료로 계산하고, 장해가 있으면 피해자의 나이와 소득으로 장래 손해를 산정하며, 위자료도 사안의 경중에 따라 정한다. 손해의 전모를 반영하는 만큼 통상 약관 기준보다 큰 금액이 나오지만, 시간과 비용이 드는 절차를 전제로 한다.
격차가 가장 도드라지는 항목이 위자료다. 약관의 위자료와 법원에서 인정되는 위자료는 수준 자체가 다르고, 부상이 무겁거나 과실이 없는 피해자일수록 그 차이가 벌어진다. 제시안의 위자료 항목을 보고 이것이 어느 기준의 숫자인지 알아보는 것만으로도 협상의 출발선이 달라진다.
보험사가 약관 기준으로 제시하는 것은 비난할 일이라기보다 구조의 문제다. 보험사는 약관에 따라 지급하는 것이 기본 업무이고, 법원 기준의 금액은 소송이라는 비용을 통과해야 나오는 숫자다. 요컨대 제시액은 최종 판정이 아니라 협상의 시작 가격이라는 것이 정확한 위치다.
그래서 제시안을 받으면 총액이 아니라 내역을 봐야 한다. 위자료, 휴업손해, 향후치료비 항목이 각각 얼마로 계산됐는지 분해를 요구하고, 항목마다 실제 자료와 법원 기준으로 다시 계산해 격차를 확인한다. 총액만 놓고 밀고 당기는 협상은 근거 없는 흥정이 되기 쉽다.
격차가 큰 사건의 유형은 정해져 있다. 후유장해가 남는 사건, 소득이 높거나 젊은 피해자의 사건, 과실이 없는 사건이다. 이런 사건일수록 약관 기준과 법원 기준의 거리가 멀어 다투는 실익이 크고, 보험사도 소송으로 갈 경우의 부담을 알기에 협상의 여지가 생긴다.
반대로 격차가 작은 사건도 있다. 부상이 가볍고 치료가 짧게 끝난 사고라면 두 기준의 차이가 크지 않아, 소송 비용과 시간을 들이는 것이 오히려 손해일 수 있다. 모든 사건에서 버티는 것이 답이 아니라, 격차의 크기를 계산해 보고 협상의 강도를 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기준의 격차는 소송까지 가지 않더라도 협상의 지렛대가 된다. 법원 기준으로 계산한 산정표를 근거로 제시하면, 보험사 내부에서도 지급 재량의 폭이 움직인다. 근거 있는 반박 앞에서 첫 제시액이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는 드물다.
성급한 서명의 비용은 그래서 크다. 합의서에 서명하면 격차는 영영 계산할 기회를 잃고, 치료가 끝나기 전의 합의라면 아직 드러나지 않은 손해까지 그 금액에 갇힌다. 제시액이 적정한지 판단이 서지 않는 상태의 서명은 협상이 아니라 포기에 가깝다.
격차의 계산은 전문 영역이다. 교통사고전문변호사는 같은 사건을 두 기준으로 각각 계산해 격차를 숫자로 보여주고, 그 격차와 절차 비용을 견줘 협상과 소송 중 어느 길이 남는 장사인지 판단을 돕는다. 감이 아니라 계산으로 정하는 것이 이 국면의 정석이다.
검토를 의뢰할 때는 제시안 원문과 치료 기록 일체를 함께 놓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총액만 불러 주는 상담으로는 격차 계산이 어림값에 그치기 때문이다. 서류가 갖춰진 검토일수록 결론도 숫자로 나오고, 제시안을 받은 직후가 그 검토의 적기다.
합의금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계산되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기준으로 계산하느냐는 피해자가 개입할 수 있는 변수다. 제시액 앞에서 물어야 할 질문은 하나다. 이 숫자는 어느 기준의 숫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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