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오는 9월부터 예금자 보호 한도가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두 배 늘어난다. 앞으로는 은행,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금융회사가 파산해도 예금보험공사가 금융회사 한 곳당 최대 1억원까지 고객의 예금을 보호해준다.쌍용동 민간임대 보장 한도가 늘어나면서, 그동안 금융사에 5000만원씩 나눠 예금을 예치해 온 현금 부자들이 좀 더 높은 금리를 찾아 2금융권으로 자산을 옮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시중은행 자산관리(WM) 전문가들은 진짜 ‘안전한 투자’는 단순히 보호 한도에 맞춰 예금을 늘리는 것이 아닌, 자산의 가치를 지키고 인플레이션에 대응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데 있다고 조언한다.
안정성을 중시하는 투자자일수록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금리가 높은 은행을 찾아 예치 한도를 채우려는 움직임도 예상된다. 그러나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PB들은 이 같은 접근은 자산 보호 측면에서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특히 전문가들은 한국과 미국의 금리인하 기조가 자산운용 전략의 핵심 변수라고 강조한다. 국내 경기 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행은 이달 29일 기준금리(연 2.75%)를 0.25%포인트 내릴 가능성이 높다. 미국 중앙은행(Fed)도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4.5%로 동결하며 신중한 인하 방침을 내비쳤지만, 전반적인 금리 하향 흐름은 지속되고 있다.
기준금리가 떨어지면 예금으로 기대할 수 있는 이자 수익도 줄어든다. 통계청이 지난 4월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2.1%)을 감안하면 실질금리는 0%대에 근접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적금 금리에만 매몰되면 인플레이션 앞에서 자산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태형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지점장은 “정기예금 금리가 낮아지고 있어, 그동안 높은 금리를 제공하던 저축은행 등도 조만간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이럴 땐 현금보다 글로벌 증시 회복에 맞춘 단기 채권 등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산을 지키려면 먼저 연 수익률 목표를 세우고, 그에 맞춰 분산투자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PB들은 안전한 투자를 원하는 고객에게 예금 금리에 물가 상승률을 더한 연 4.5% 수준을 목표로 삼으라고 권한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하나의 고수익 상품에 몰아넣기보다는, 예금 같은 안전자산과 펀드 같은 투자자산을 함께 구성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윤지욱 신한프리미어PWM잠실센터 팀장은 “연 4.5% 수익을 기대하는 고객이 그 수익률의 펀드에 전액 투자하는 건 위험하다”며 “90%는 예금, 10%는 고수익 펀드로 나눠 투자하면 더 안정적으로 목표에 근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운용 기간에 따른 자산 배분 전략도 중요하다. 3~5년 이상 묵혀둘 수 있는 여유 자금이라면 확정금리형 보험 상품을 고려할 수 있다. 이 상품은 금리 변동에 상관없이 미리 정해진 이율을 보장받는 보험 상품으로, 금리 인하기에 예금보다 금리 경쟁력 있고 안정적인 투자처로 꼽힌다. 대표적으로는 확정금리형 연금보험이나 저축보험이 있다.
김태희 하나법조타운골드클럽 PB팀장은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시점에서는 은행 예금보다는 3년~5년 만기의 확정금리형 보험 상품이 유리할 수 있다”며 “예컨대 3년 만기 은행 금리가 2.5%라면, 보험사의 같은 기간 상품은 3.3%로 0.8%포인트가량 차이가 나기 때문에 장기간 운용 가능한 여유 자금이 있다면 확정금리형 보험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쌍용역 민간임대
최정연 KB국민은행 강남스타 PB센터 부센터장도 “연금보험에 초기 1억원 이내로 거치하거나, 저축보험에 매월 150만원씩 5년간 납입해 10년간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이 두 가지를 함께 활용하면 개인당 최대 1억9000만원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PB들은 ‘통화 분산’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원화에만 의존하면 국내 경제 위기나 원화가치 하락에 동시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달러 자산을 일정 비율 포함하면 이런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달러예금이나 달러보험은 달러로 예치하지만, 예금자 보호도 받을 수 있어 안전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
중단기 채권, 채권형 ETF, 금 등 인플레이션에 강한 자산도 고려 대상이다.천안 쌍용동 민간임대 최 부센터장은 “신용등급이 AA+나 AA- 이상인 채권은 안정성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예금보다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