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이재명 정부 출범 이전 서울 부동산 시장은 펄펄 끓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풀었다가 다시 묶었고, 이 과정에서 강남3구와 같은 고가 주택 밀집지의 가격이 치솟았다.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시장에 내린 처방은 '대증요법'인 대출 규제였다.
정부는 6·27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주택담보대출 최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했다. 들끓던 수요는 집값을 다락같이 밀어올렸으나 일순에 가라앉았다. 대출을 죈 게 강력한 진정제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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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7 대책 이후 한 달이 넘게 흐르는 동안 주요 단지에서는 가격 급락 거래가 나타났다. 시장이 우려한 풍선효과도 크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서울 주거 선호지 내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는 신고가 거래도 관찰됐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집계에서 서울 집값은 슬그머니 다시 고개를 들었다. 대책 이후 5주 연속 둔화한 서울 아파트 가격은 6주 만에 다시 상승폭이 확대(8월4일 기준 0.14%, 작전주 0.12%)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초 6·27 대책을 '맛보기'라고 표현하며 "수요 억제책은 아직도 엄청 많이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수요 억제책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으나 결국은 또 단기 처방에 그칠 우려가 있다.
들끓는 수요를 억제하는 건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측면을 놓고 보면 대책보다는 임시방편에 가깝다. 병의 질환을 치료하는 게 아니라 당장의 증상을 가라앉히기만 할 뿐이라서다. 효과를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과거 문재인 정부도 "더 강력한 대책도 주머니 속에 많이 넣어두고 있다"고 했으나 결과는 알려진 대로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후속 조치로 공급에 방점을 찍고 있다. 김윤덕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은 취임사를 통해 향후 정책 추진과 관련한 첫머리로 '양질의 주택 공급'을 강조했다. 도심 유휴부지 활용과 노후 공공시설복합개발, 3기 신도시 속도 제고 및 공공성을 고려한 정비사업 활성화 등을 구체적인 공급안으로 꼽았다.
하지만 공급 대책은 시장이 체감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전체 18만6000가구를 조성하는 3기 신도시 사업은 2018년 사업 계획 발표 후, 6년의 시간이 흘렀으나 본청약 단계에 들어선 건 1만 가구 안팎에 불과하다.
예정보다 더뎠던 신도시 사업은 시장의 공급 기대감을 꺾어왔다. 사전청약 실패가 그렇다. 남양주왕숙 A1·2블록은 지난해 11월에 본청약 예정 사업장이었으나 8개월 가까이 지연된 끝에 최근에야 본청약을 개시했다. 분양가도 훌쩍 올랐다. 4년 전 사전청약에 당첨된 이들 중 40%가 이탈한 이유다.
이재명 정부에서도 기존 신도시 사업의 속도를 높이는 걸 공급 대책으로 거론한 이유다. 청사진뿐인 공급은 주택 정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주택 수요자의 조급증에 다시 불을 붙이기 마련이다.
급등한 서울 집값을 끌어내릴 수 있을 수준의 '공급 폭탄'도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했을 때 불가능하다. 대규모 택지를 조성할 땅은 부족하고 서울 주거 선호지에서의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한 공급은 물량이 극히 한정적이다. 정부가 활성화하겠다는 재건축도 멸실을 생각하면 '순공급' 물량은 기대 이하다.
공급 대책으로도 빠른 시장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결국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공급 확대나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수요 분산, 쏠림 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선호 입지 내 양질의 주택 공급 예고는 실수요자들의 '공황구매(패닉바잉)'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공급 대책은 이처럼 수요를 시기적으로 분산하는 방향으로 작동해야 한다.
지역적인 수요 분산도 필요하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약으로 지방균형발전을 위해 전국을 5대 초광역권(충청·동남·대경·호남·수도권)과 3개의 특별자치도(제주·강원·전북) 등으로 나눠 권역별 성장거점을 육성하겠다고 했다. 이른바 '5극3특' 균형발전 구상이다.
다만 지방 거점 육성만으로는 전국적인 수요 분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역 육성 외에도 서울에만 몰린 돈과 인프라를 퍼뜨릴 만한 방안이 필요하다.
단기 처방이나 숫자만 내세운 공급 방안보다는 현실을 감안한 수요 분산 기반을 정부가 마련해야 할 때다. 그래야 당장 억누른 수요가 스프링처럼 튀어 나가는 일을 막을 수 있다. 공급량만 앞세우거나 억지로 옭아매는 주택시장 대책의 한계는 이미 많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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