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가 다가오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에 급매가 빠르게 늘고 있다. 강남권에서 시작된 매물 확대 흐름은 외곽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설 이후 가격을 크게 낮춘 ‘초급매’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매물 증가가 곧바로 하락장 진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2월 1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2357건으로 집계되며, 1월 23일(5만6219건) 대비 약 10.9% 증가했다. 자치구별로는 강남구가 8405건으로 가장 많았고, ▲서초구 6981건 ▲노원구 4559건 ▲송파구 4272건 ▲은평구 3059건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한강 벨트 지역에서 매물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서초구는 1월 23일 대비 16.1% 증가한 6962건, 강남구는 15.4% 증가한 8348건으로 집계됐다. 송파구는 1개월 전보다 24.5% 증가한 4185건으로, 서울 전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외곽 지역에서도 매물 증가세가 나타나고 있다. 노원구는 1월 23일 대비 약 2% 증가한 4559건, 도봉구는 약 3.5% 증가한 2473건으로 집계됐다.
세제 우려에 1주택자도 매도 움직임
이러한 매물 증가는 다주택자뿐 아니라 보유세 부담을 우려한 1주택자 매도까지 가세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권에서는 고령의 1주택자들이 보유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매물을 내놓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다만, 매물 증가에도 불구하고 매수세는 여전히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어 거래로 이어지는 비율은 낮은 편이다. 이는 대출 규제와 추가 하락 기대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번 매물 증가의 직접적인 촉매는 세제다.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예정대로 종료하되, 5월 9일까지 계약한 거래에 한해 중과를 피할 수 있도록 했다. 시장에서는 사실상 ‘마지막 매도 시한’이 제시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과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겹치면서 그동안 관망하던 다주택자들이 매각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거래 경색을 막기 위한 보완책도 동시에 내놓았다. 강남·서초·송파·용산 등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5월 9일까지 계약할 경우 잔금·등기 기한을 4개월로 적용하고, 그 밖의 규제지역은 6개월을 허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아울러 정부는 임대 중인 주택의 매매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실거주 의무를 제한적으로 완화했다. 개정안 발표일인 12일 기준 이미 임대차계약이 체결된 주택의 경우, 최초 계약 종료 시점까지 실거주 의무를 최장 2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다만 유예 기간이 적용되더라도 매수자는 늦어도 2028년 2월 11일까지는 실거주를 위해 입주해야 한다. 이번 조치는 ‘전세 낀 주택’은 사실상 거래가 어렵다는 시장의 지적을 반영한 것으로, 그동안 잠겨 있던 매물이 추가로 출회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장에서는 이미 가격 조정 사례가 포착된다. 송파구 잠실 일대에서는 직전 거래가보다 수억 원 낮춘 급매가 등장했다는 중개업소 전언도 나온다. 다만 이러한 사례가 시장 전반의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급매는 통상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한 제한적 가격 전략인 경우가 많아, 개별 사례만으로 추세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현재 시장을 관통하는 특징은 매도자와 매수자의 기대가 엇갈린다는 점이다. 매도자는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매각 시점을 앞당기면서도 가격 급락은 원하지 않는다. 반면 매수자는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망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여기에 대출 규제와 금리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비율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설 연휴 이후는 단기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통상 연휴가 지나면 거래 문의가 늘어나고 시장이 재가동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중과 유예 종료까지 남은 시간이 줄어들수록 가격을 낮춰서라도 매도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될 수 있다. 시장 일각에서 ‘초급매’ 가능성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그러나 이를 서울 전역의 급락 신호로 해석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분석이 많다. 우선 강남권과 한강벨트는 대체 수요가 두텁고 자산가 비중이 높아 가격 방어력이 상대적으로 강한 지역으로 평가된다. 급매가 나오더라도 특정 단지나 면적에 국한된 조정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외곽 지역은 수요층이 얇아 매물 증가가 누적될 경우 호가 조정 폭이 더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 향후 시장 흐름이 ‘서울 전체 하락’이 아니라 입지별 차별화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정책 환경 역시 변수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비롯한 각종 규제는 매수자의 진입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다. 매물이 늘어도 이를 받아줄 수요가 충분하지 않다면 가격은 급격히 떨어지기보다 거래 공백이 길어지는 방식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결국 향후 시장의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는 늘어난 매물을 실제로 흡수할 수요가 형성되느냐에 달려 있다”며 “매수 여력이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다면 당분간 집값이 일방적으로 움직이기보다는 ‘거래가 가능한 가격’을 찾아가는 탐색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서울 아파트 시장은 하락장 초입이라기보다 정책 변화가 촉발한 재가격(repricing) 과정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매도자는 시간을 의식하기 시작했고 매수자는 여전히 기다릴 여지가 있는 만큼, 이 간극이 좁혀지는 시점이 이번 사이클의 실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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